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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망원동 감나무 집

by dbghks 202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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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주말 저녁이면 온 가족이 마당으로 나와 식사를 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는 김영준, 노지윤 씨 가족.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후 비로소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살게 되었다는 가족의 작은 집을 찾았다.

부부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외관.

 

담장 밖에서도 보이는 곳에 남편의 그림을 걸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당은 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주말 저녁이면 마당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저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아파트 생활을 해왔고, 남편은 성인이 될 때까지 주택에서 살았어요. 결혼 후에는 아파트에서만 쭉 살았는데, 남편은 획일적인 구조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을 답답해했지만 아파트의 편리함과 안전함이 몸에 익은 저로서는 다른 공간으로 떠날 엄두를 내지 못했죠. 남편의 오랜 설득에 못 이기는 척 집 구경을 다니던 중 이곳을 만나게 됐어요. 집도 인연이 있다더니, 여기를 보는 순간 ‘아, 이 집이다!’ 싶더라고요.”

UI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아트 브랜드 ‘프리시퀀시즈’를 운영하고 있는 노지윤 씨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준 씨. 이들 부부와 아홉 살 난 딸이 살고 있는 집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골목에 위치한 50년 된 단독주택이다. 작은 마당이 딸린 이 집의 대지 면적은 112.4㎡(34평), 건축 면적은 52.9㎡(16평) 정도로 아주 좁은 공간. “만약 주택에 살게 된다면 이층집을 원했어요. 3명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홈 오피스 기능까지 갖춘 집이길 바랐죠. 애당초 이렇게 작은 규모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담장 바깥까지 가지를 뻗은 큰 감나무와 인접해 있는 망원시장, 동네 곳곳의 아담하고 귀여운 상점들을 보니 크기에 상관없이 이 집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했고, 지금도 그 결정에 후회 없어요.”

리노베이션은 많지 않은 예산 안에서 기본에 충실하되 욕심내지 않고 진행하기로 했다. 주택살이는 처음이었고, 낡고 작은 집이라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살게 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스민다는 단독주택의 겨울 추위에 대해 익히 들었던 터라 단열 공사와 새시에 가장 많은 예산을 들였고 이외에는 원목 바닥  ·  상하부장 교체를 포함한 주방 공사, 조명 · 중문 · 가벽 · 파티션 · 붙박이장 설치, 도배 정도로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아름다운 컬러와 그림으로 채운 거실

화단에 심은 나무와 컬러풀한 가구, 그림들이 어우러져 생기 넘치는 거실.

딸아이의 방 입구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사피엔스의 북케이스를 놓아두었다.

공간이 좁은 만큼 그에 맞는 인테리어 전략이 필요했다. 큰 가구는 피하고, 꼭 필요한 가구라고 판단되면 가능한 한 작은 것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거실에는 적당한 크기의 소파와 작은 가구 2~3개가 전부다. “원래도 작은 집이었지만 단열을 위해 벽 두께를 무려 10cm나 늘리면서 생각보다 공간이 더 좁아졌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구를 활용하는 인테리어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대신 의자, 스툴 같은 작은 가구는 알록달록 컬러감이 있는 것으로 선택했고, 컬러와 패턴이 예쁜 블랭킷 하나를 선택해 소파 등받이에 걸쳐 포인트를 주었어요. 여기에 남편과 아이의 그림 작품, 식물까지 더하니 거실 분위기가 확 밝아졌죠.”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들도 화사한 거실 분위기를 거든다.

단층 주택가의 특성상 큰 창으로 보이는 것은 옆집 담벼락이었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사생활 침해도 염려되어 화단에 조경수 에메랄드그린을 여러 그루 심은 것. 사시사철 푸른 나무는 거실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물론 겨울이 오면 눈이 소복이 쌓이는 모습을,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잎의 움직임까지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곁에서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작은 방을 없애고 넓힌 주방

집 곳곳에 걸린 남편과 딸의 그림은 주기적으로 바꿔준다. 현재 다이닝 공간에 걸어둔 그림은 김영준 씨의 ‘컴포지션 시리즈 006’(2021)으로, 노지윤 씨가 가장 좋아하는 남편의 작품 중 하나다.

 

주방 층고를 높이는 공사로 좀더 입체적인 집의 모습이 완성됐다.

리노베이션에서 공을 많이 들인 공간은 주방이다. 지금 식탁이 놓인 곳이 원래 작은 방이었는데, 너무 좁아서 활용도가 떨어지기에 과감하게 벽을 허물고 주방을 넓힌 것. 온통 벽이었던 공간이라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환기 문제도 있어 바깥으로 창도 하나 만들었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채광 덕에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집 전체에서 주방만 층고를 높이는 공사를 했어요. 원래는 전체 시공을 하려고 했는데 비용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포기했죠. 당시 공사를 담당한 실장님이 주방 공간만 층고를 높여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시기에 반신반의하면서 진행했는데, 결과가 너무 만족스러워요. 천장 높낮이가 다르니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집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더라고요.” 주방은 이 집에서 많은 컬러가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노지윤 씨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고 집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어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곳은 오로지 화이트 컬러로만 채웠는데, 이 공간만은 베이지와 핑크 등 다양한 컬러를 활용했다. “상하부장 역시 화이트로 하다가 나름 과감하게 이곳만 웜 그레이 톤의 베이지 컬러로 결정했는데, 화이트 일색의 집이다 보니 확실한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조명과 의자도 화이트, 베이지색과 잘 어우러지면서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은은한 핑크 톤으로 골랐어요.”

소품으로 멋을 낸 침실과 갤러리 같은 마당

아빠, 엄마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의 그림은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초등학생인 딸의 방은 알록달록 컬러풀한 소품으로 장식했다.

 

오로지 흰 공간에 패턴과 컬러가 예쁜 패브릭을 걸어두니 방 안 가득 생기가 넘친다.

큰 가구를 두지 않는다는 원칙은 침실에도 예외가 없다. 헤드 없이 매트리스만 얹은 침대와 작은 협탁, 맞은편 붙박이장이 침실 가구의 전부. 대신 쨍한 컬러의 패브릭과 작은 화분, 세련된 소품들을 곳곳에 놓아 공간에 생기를 주었다. “제가 좋아하는 컬러가 그린과 화이트인데요. 봄과 여름 시즌이니 청량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그린 컬러의 패브릭을 걸어두었어요. 이제 곧 가을이니 이에 맞는 컬러의 패브릭으로 바꿔 걸 예정이에요. 창가에는 남편이 아끼는 작은 화분과 그의 돌 컬렉션, 그리고 신진 작가들의 오브제를 올려두었는데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 좋더라고요.”

단독주택의 매력은 역시 마당에 있다. 관리가 어려운 잔디 대신 데크를 깔고 작은 화단도 만들어 아기자기하게 꾸몄는데,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힐링 스폿이 되었다. 주말이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곳에서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선선한 계절에는 간이 텐트를 쳐두고 종일 캠핑 기분을 내기도 한다. “2년에 한 번 감나무의 감도 따야 하고 보수할 곳도 번번이 생기니 아파트 생활보다 훨씬 부지런해야 하지만, 살다 보니 왜 남편이 주택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이제 계절이 바뀌는 모습도 제대로 실감할 수 있고, 자연의 변화도 바로 느껴지거든요.” 이 집에 살면서 아이와의 추억도 많아졌다는 노지윤 씨. 이제 가족에게 있어 이곳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소중한 벗 같다는 그녀의 말에서 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백민정 사진제공 노지윤

여성동아 2021년 10월 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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