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유령들 그것이 알고 싶다
어느새 세계 6위 규모로 우뚝 선 K팝 산업.
그런데 화려한 조명 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얘기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는 존재.
그리고.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무명 작사가
많은 이들의 입을 닫게 한 숨은 존재.
고스트 라이터들을 둘러싼 의혹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떤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케이팝 작사 학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케이팝 작사가 들이 부탁을 받았다는 익명의 대리인들이 이미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케이팝 가사가 창작되는 작사 학원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 때문에 가사를 직접 쓴 작사가들이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작사 작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채 앨범과 저작권에 이름을 올리는 이른바 유령 작사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익명의 작사가 대리인이 언급한 작사학원이란 신인 작사가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정기간 교육과정을 수료한 지망생들에게 기획사에서 받은 데모곡을 주고 작사가로 데뷔할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작사 학원들은 이번 논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작사가 지망생이라는 그녀는 이번 논란이 모두 자신이 다녔던 작사 학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소절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곡을 쓴 히트 작사가 김원장.
그녀가 제기한 문제는 작사 과정에 참여율이 적은 김 원장이 수많은 공동 작사 작업물에 마치 그가 메인 작사가인 양 이름을 올리고 저작권을 가져 간다는 점입니다.
여러명의 작사가가 한 곡의 가사를 쓴 경우 글자 수 혹은 마디 수로 참여율을 계산해 저작권 지분을 정하는게 업계의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저작권을 n 분의 일로 나눠 가져간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김 원장은 신인 작사가들의 가사에 어느 정도 수정을 했을까?
김 원장과 황씨 둘이 작사한 이 곡의 총 530개 글자 중 황씨 초안에서 바뀐 가사는 60글자.
그런데 전체가사의 88%를 쓴 황씨의 작사 저작권 지분은 2분의 1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학원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작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학원에서 데모곡을 꾸준히 공급해 주는 대신 가사가 채택될 때마다 자신의 몫에서 20%의 저작권 지분을 수수료 명목으로 학원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작사 지분 12.5%에서 김원장과 황씨가 2분의 1로 나누면 각각 6.25% 지분을 갖게 됩니다.
여기에 황씨처럼 학원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작사가는 자신에게 남은 6.25%의 지분에서 10분의 2 즉,1.25% 를 또 다시 학원에 넘겨줘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가사를 많이 쓴다고 해도 김원장의 학원과 퍼블리싱 계약을 한 작사가가 절반 이상이 저작권 지분을 가져가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심지어 단 한글자도 참여하지 않은 가사의 저작권 지분을 김원장이 가져간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김원장은 손씨와 함께 공동 작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그의 저작권 지분은 손씨와 똑같았습니다.
기획사로부터 데모곡을 가져와 작사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겁니다.
sns 논란 이후 진행된 수업에서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저작권 지분율을 n분의 1로 나눈다는 규칙을 정했다고 설명한 김원장.
김원장을 통해야만 기획사에 내가 쓴 가사가 전달되기 때문에 문제제기가 어려웠다는 작사가들.
일부 기획사에선 가사가 채택된 작사가에게 작사비를 지급해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작사비를 지급했다는 김원장.
그는 정말 작사비가 입금되어 수 천만원이 누적되었던걸 까맣게 몰랐던 걸까.
무명의 작사가들이 제기한 의혹.
과연 진실은 뭘까
아무도 본 적 없는 작사가
익명의 작사가 대리인이 제기한 또 다른 의혹.
유령 작사가입니다.
이번에 얘기할 유령 작사가는 앞에서 본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무명의 작사가들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이름은 존재하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한 작사가를 가르킵니다.
우리가 만난 무명의 작사가들도 유령 작사가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지목한 지목한 유령작사가 S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공동 작사가로 항상 김원장의 이름이 있습니다.
A&R 팀이란 연예기획사에서 가수의 콘셉트에 맞춰 곡 선정부터 가사, 안무, 뮤직비디오까지 앨범의 전반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그러니까 기획사와 유령 작사가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져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취재 도중 우리는 익명의 작사가 대리인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수 십장의 사진 속에 담긴 대화내용.
그것은 김 원장과 한 사람이 은밀히 나눈 대화였습니다.
그 상대는 대형 기획사의 A&R 팀장이였습니다.
2011년 11월 20일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어느 이름이었습니다.
아내가 지은 이름이 당시 구설수에 올랐던 어느 연습생과 비슷해 고민이라던 최씨는 상의 끝에 성씨만 바꿔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이름은 작사가들이 유령 작사가로 지목한 S였습니다.
소문처럼 대형 기획사 A&R 팀장인 최씨가 김 원장과 함께 유령 작사가를 만든 걸까.
두 사람의 5개월간 나눈 대화내용 중 특정될만한 정보를 지운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최씨가 고민하면서 썼다고 김원장에게 보낸 가사는 발매된 곡에 반영되어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기획사 측은 최 씨가 직접 수정을 한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김원장과 기획사 측은 최 씨가 함께 한 작품은 대화 내용에 언급된 3곡을 포함해 총 15곡.
기획사 A&R팀 직원이라고해서 작사를 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을 겁니다.
경쟁자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최씨가 해당 기획사에서 A&R 팀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씨가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쓴 가설을 스스로 선택하거나 김 원장이 보내준 가사를 미리 보고 최종 선택의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들이 왜 이런 유령 작사가를 만들어 냈는지 알 것 같다는 건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령 작사가 S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였을까.
작사가 S와 S곡의 공동 작사가로 올라가 있는 송씨의 저작권 수익으로 가늠해 봤습니다.
앨범 판매량이 가장 많다는 발표 직후 한 달 동안의 수익은 약 2 1,940,000원.
단 2.5% 지분으로 거둔 수익입니다.
S로 저작권이 등록된 곡은 총 15곡.
앞서 본 앨범 판매량에 따른 수입뿐만이 아니라 음원, 노래방, 유튜브 등에서 발생한 저작권료까지 계산을 하면 최소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 대의 보너스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김원장은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의 답변에 따르면 유령 작사가로 지목된 S는 대형 기획사 A&R 팀을 이끄는 최씨의 부인이 맞다고 했습니다.
학원 설립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며, 현재는 학원 소속 작사가이고, S의 이름으로 등록된 곡들을 모두 그녀가 작사에 참여한 곡이 맞으며 그녀를 통해 단 한 번도 최씨에게 가사 청탁을 한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에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라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합니다.
자신이 담당한 아티스트의 곡이 그것도 최정상급 아이돌 곡을 부인이 작사했고 채택됐다는게 누가봐도 시작부터 불공정한 일이라는 겁니다.
해당 기획사에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한 결과 가족을 작사가로 등록한 것을 회사에 고지하지 않은 유닛장의 직책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이번에 드러난 A&R 팀장 최 씨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중 진기 사회가 될 정도로 큰 문제임을 회사도 인정했습니다.
이틀 뒤 해당 사안이 한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익명의 대화방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그널부터 이태원클라스까지 유명 드라마 음악을 만들어온 박성일 음악 감독은 후배 작곡가들을 볼 때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합니다.
숱한 밤을 세며 완성한 곡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이를 준 음악감독에게 저작권 지분의 일부를 상납해야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본인이 만들고 부른 곡인데도 어떤 권리도 가질 수 없었던 음악인도 있었습니다.
그의 곡을 가로채간 이는 소속사의 실장님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피해를 주장하는 작곡가들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보자만 쉰 명이 넘습니다.
놀라운건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 우리에게 연락해온 피해자들이 꺼낸 첫 얘기가 모두 똑같았다는 겁니다.
자신이 제보했다는 사실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곡을 만들었는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방송에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 중심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 온 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6년전 그녀와 동료 작곡가들은 2,000곡이 넘는 저작권을 당시 다니던 회사가 가져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와 소송까지 했던 김인영 작곡가.
당시 회사 소속 작곡가로 일하던 그녀는 5년 동안 곡을 찍어내는 기계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여러 인기 드라마의 ost 를 만들어 냈지만 오직 회사 대표의 이름만이 기록될 뿐 그녀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견디던 중 회사가 저작권을 가져간 곡을 되찾기 위해 공론화를 하고 얼마전 그녀는 방송 크레딧에 작곡가들의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을 넣은 음악 감독이자 회사 대표를 저작인격권 침해로 고소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다행히 저작권을 돌려받을 수는 있었지만 저작권 심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해당 음악 감독이자 회사 대표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작물에 대한 법적 권리를 입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증명을 하기에는 너무도 기준이 모호한 창작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빼앗긴 창작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애썼던 피의자들은 그 때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있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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