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사모님의 관심법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사모님의 관심법
2002년 3월 6일 새벽 5시.
당시 23세의 여대생 지혜씨는 수영을 배우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게 지혜씨의 오빠가 기억하는 지혜씨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꿈많은 여대생
하지혜 양은 명문대의 법대생으로 사법고시 준비를 위해 휴학을 낸 상태로 힘없는 사람을 위한 국선변호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을 만큼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배우고 싶던 수영도 공부에 지장을 덜 주기 위해 새벽 시간대를 선택한 성실한 학생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새벽 수영을 나간 이후 사라졌으니 집안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수상한 전화
가족들은 수영장은 물론 지혜양이 다니는 모든 곳을 다 찾아봐도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혜양이 다녔던 곳이래봐야 수영장 외엔 집과 도서관 밖에 없었기에 도무지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정도였죠.
그러다가 지혜양의 아버지가 생각이 난것은 약 1년전 지혜양을 찾던 수상한 전화 사건을 떠올립니다.
누가 들어도 여자 목소리가 틀림없는데 남자를 가장한 듯한 목소리로 지혜양을 찾던 전화였습니다.
미행
그리고 당시 누군가가 지혜양을 미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약 1년전의 이런 사건들을 기억해낸 지혜양의 아버지는 이 모든 일들을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일단 성인의 실종이므로 가출신고를 해놓고 기다려 보자고 합니다.
목격자
그러나 지혜양의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으며, 이에 아버지는 전단지를 만들어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목격자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한 신문 배달부가 지혜양이 사라진 날 수상한 승합차를 본 기억이 난다고 제보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목격자의 기억은 딱 '수상한 승합차' 그것까지만 이었습니다.
실종 10일째
그렇게 가족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 전화는 다름아닌 지혜양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경찰서의 전화였습니다.
지혜양의 집과는 20km나 떨어진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지혜양의 시신은 손과 발이 묶여 있고, 얼굴에는 박스테이프로 감아놓은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악마의 흔적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지혜양의 사인이 무려 6발의 총상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총상이 전부 얼굴과 뒤통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혜양이 주검으로 발견된 후 수상한 차량을 목격했다던 신문배달부를 최면수사까지 하여 용의자의 몽타주를 제작하였습니다만 수사에는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기억
이번에도 지혜양의 아버지가 지난 기억들을 소환해 냅니다.
50억대 자산가임을 자처하며 지혜양의 아버지를 찾아왔던 김기준이라는 남자를 떠올립니다.
김기준은 소개받아 찾아왔다고 하였지만 지혜양의 아버지가 누구에게 소개를 받았느냐고 물으니 그냥 얼버무리고 자리를 떠나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조회를 해보니 김만석이 김기준이라는 가명으로 지혜양의 아버지에게 접근하였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드러나는 범인
의심스런 김만석을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지혜양이 실종되던 날 그 시각에 바로 집앞에 있었다는 통신기록이 확인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혜양의 시신이 발견된 야산에서도 김만석의 통신기록이 나옵니다.
또, 김만석의 총기구입기록도 찾아냅니다.
결국 이들(김만석과 공범)은 해외로 도피하였다가 검거되어 국내로 압송되었습니다.
배후자
그런데 지혜양 살인범 2명을 검거하였지만 도대체 이들과 지혜양이 무슨 관계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혜양을 살인하도록 사주를 받았음을 자백하게 되는데요.
지혜양의 살인을 사주한 배후는 바로 살인범 2명 중 한 명의 고모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고모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이었죠.
그러면 이렇게 잘 나가는 사모님과 지혜양은 도대체 무슨 관계였을까요?
어떤 원한 사이였기에 청부살인을 저질렀을까요?
중견기업 회장 부인인 사모님(이하 사모님)은 자신의 딸을 마담뚜를 통해 주선 받은 판사와 결혼을 시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맞이한 판사 사위가 젊은 여성과 통화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판사 사위가 통화했었던 상대방은 사위의 사촌 여동생으로 바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지혜양이었습니다.
지혜양으로서는 판사인 사촌 오빠에게 사법시험과 관련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고 상담하기 좋은 상대였던 것이죠.
사모님의 관심법
그런데 사위의 해명을 듣고도 사모님은 계속해서 둘 사이를 의심합니다.
그리하여 사모님은 조카 김만석을 시켜 지혜양을 미행하게 합니다.
이 사건이 바로 지혜양의 실종 1년 전에 있었던 미행사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행을 해도 집과 도서관만 다니던 지혜양으로부터 아무런 불륜의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사모님은 조카의 보고를 듣고도 믿지 못 합니다.
이미 사모님은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기에 자신이 원하는 답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위와 지혜양을 모두 미행시킵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행을 시킨들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을 가져오면 3억원을 준다고도 하였지만 사촌지간 외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둘이 만날리가 만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사모님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며 심지어 지혜양이 다니는 도서관의 지하에 밖으로 나가는 구멍이 있을것이다며 끝까지 미행을 지시합니다.
그렇게 사모님의 의심하나만으로 무려 2년 간이나 25명을 투입하여 지혜씨를 미행하게 됩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판사사위가 미행이 1년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지혜양의 아버지에게 전화하여 사모님(장모)이 오해를 하여 미행을 붙이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지혜양 아버지가 지혜양 실종 1년전에 미행이 있었음을 알게된 것이 이때입니다.
그리하여 지혜양의 가족들은 사돈집에 사모님을 찾아갑니다만 오해를 풀고 사과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양 집안의 큰 다툼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혜양의 아버지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모님측에서 더 이상 미행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되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서 접근금지 명령을 내립니다.
이미 사위와 지혜양의 관계를 의심했다가 빗나갔을 때부터 화가 났었다가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은 사모님은 구겨진 자존심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카에게 아예 지혜양을 살해하도록 지시합니다.
결국 2년간의 미행을 당한 끝에 청부살인까지 당한 지혜양.
이에 법원은 사모님과 살인범 모두에게 무기징역이라는 처벌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뒤 지혜양의 아버지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모님이 당연히 있어야할 교도소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사모님은 12가지의 병명이 적힌 진단서를 제출하여 형집행 정지를 받고 VIP병동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뿐만아니라 온갖 핑계로 자유롭게 외출을 하는 등 처벌이 무색할 만큼 완전히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렇게 사법체계를 우롱하고 전례없는 형집행정지 특혜를 받은 사모님의 이야기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었겠습니까.
그런데 역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위력은 대단하였던지 시청자들의 분노는 불길같았고, 사모님의 남편이 회장으로 있던 그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까지 번졌습니다.
결국 사모님의 형집행정지는 취소되었으며, 사모님은 다시 감방으로 이송되어 복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모님의 형집행정지를 집행한 검사나 허위진단서를 써 준 의사나 누구도 제대로된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는 않았습니다.
고작 의사만 허위진단서 발급으로 500만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을뿐이죠.
유가족들
범인들도 단죄하게 되었고 이제 모든 결말이 났습니다.
사건 후 13년만에 지혜양의 사망신고도 했고요.
지혜양 사망신고 한 달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지혜양의 오빠는 사모님의 그 중견기업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간 여동생의 넋을 위로합니다.
맺음말
위의 이야기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편집한 것으로서 실제 사건에서 지혜씨의 가족들은 지혜씨가 실종되자 그 즉시 사모님측의 소행임을 확신하다시피 했었다고 합니다.
사건의 내용에 가장 충실하게 시간 순서대로 서술된 것은 엄상익 변호사가(소설로도 발표됨) 쓴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모님의 본명은 윤길자이며, 조카 김만석은 윤남신입니다.
또, 중견기업은 영남제분이라는 회사로 당시 워낙 이미지가 나빠져서 한탑으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어느 날 국무총리이던 이해찬 총리가 부산까지 내려와서 같이 골프를 쳤다는 사람 중 한 명이 영남제분회장이기도 하였습니다.
또 위 본문에서는 지혜양의 아버지가 과거의 기억을 경찰에 알려 그것을 토대로 사건 수사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한 범인들을 잡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등 경찰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하였습니다.
아마 지혜양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범인검거는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서도 사망한 손군의 부친이 아들을 잃은 슬픔중에도 묵묵히 진실을 파헤쳐가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이미 손군의 아버지에게서 옛날 지혜양의 아버지를 보는 듯한 느낌도 납니다.
마침 그러한 기사도 있어서 추천해 드립니다.
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2424&Newsnumb=20210512424
위 기사에도 서술되어 있지만 두 분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출신답습니다.
부디 정민군의 사망원인도 철저하게 밝혀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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